최근 “대항력만 갖추면 전세권 등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많이 회자되지만, 이는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전세권자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진다는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선순위 담보물권이 없는 경우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나 전세권자 모두 전세보증금을 반환받기 전까지 퇴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또한 선순위 담보물권이 있는 경우에도 낙찰대금에서 보증금을 반환받는 ‘배당 순위’에서는 양자의 법적 지위가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경매가 이미 제3자에 의해 진행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소극적·수동적’ 보호에 불과합니다. 즉, 누군가 경매를 신청해야만 그 절차에 편승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문제는 임대차 기간이 끝났음에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전세권자라면 곧바로 스스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항력만 갖춘 임차인은 즉시 경매를 신청할 수 없고, 먼저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에야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전세권자는 적극적·능동적 권리행사가 가능하지만,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수세적 지위에 머물게 됩니다.
또한 임차권자는 집주인의 동의 없이는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거나 전대를 놓을 수 없는 반면, 전세권자는 민법 제306조 본문에 따라 원칙적으로 이러한 처분이 자유롭습니다.
다만 전세권 설정 당시 당사자 간 합의로 이를 금지할 수 있으며, 그 금지 내용은 등기해야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민법 306조 단서, 부동산등기법 72조 1항 5호).
따라서 세입자의 권리 강화를 목표로 한다면 전세권 등기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유리합니다. 다만 실제 전세권 설정 여부는 집주인과의 협상력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법률상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협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세권 설정 여부와 대항력 확보 사이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면, 임차인은 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자신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정확한 판단을 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법령: 민법 제306조, 부동산등기법 제72조 제1항 제5호)
삼보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김태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