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을 구하던 A씨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 등기부등본을 열람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주택에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는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가 주택을 비워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세입자가 이미 확보한 권리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적 장치입니다.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임차권등기에 대해 알아본 뒤, 계약서에 ‘입주시 임차권등기를 말소한다’는 특약을 넣었습니다. 이후 잔금을 지급하고 입주를 마쳤지만, 등기부에는 여전히 임차권등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임대인은 “곧 말소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말소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A씨는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경매 절차에서 A씨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와 임차권등기 명의자보다 후순위로 밀려 보증금의 일부만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서울고등법원 2013년 12월 5일 선고(2013나2013960) 판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임대인이 이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근저당권이 설정된 집과 마찬가지로, 임차권등기가 존재하는 집은 소유자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런 집에 전세를 얻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임차권등기가 있는 주택에 새로 들어가는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6항에 따라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을 수 없고, 일반 채권자와 동일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이 경우 앞선 세입자나 금융기관에 보증금이 선순위로 배당되므로, 후임 세입자는 보증금을 전부 또는 일부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을 해야 한다면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계약금을 최소화하고, 잔금 지급 전에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또한 계약서에 “임차권등기를 말소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특약을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잔금을 이전 세입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3자 계약을 체결하여, 잔금 지급과 동시에 임차권등기가 말소되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처럼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는 주택은 단순한 권리관계 문제가 아니라, 임대인의 지급능력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계약 전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필요 시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보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김태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