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본 것처럼, 개인사업자인 집주인이 근로자들에게 체납한 급여나 퇴직금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보다 우선하는 ‘등기되지 않은 선순위 권리’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숨은 선순위 권리는 근로자의 임금체불뿐 아니라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금을 법에서는 ‘당해세(當該稅)’라고 부릅니다. 당해세에는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 등이 포함됩니다.
우리 법은 조세채권의 실현을 위한 공익적 필요를 이유로, 당해세를 담보물권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지방세기본법 제99조 제1항 제3호).
이 말은 곧, 집주인이 해당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을 체납했다면, 설령 그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권자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더라도, 국가의 세금채권이 먼저 변제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시세 5억 원의 아파트에 선순위 근저당권 3억 원이 설정되어 있고, 전세보증금이 2억 원이라면 일반적으로는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그 부동산을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했고, 해당 상속세나 증여세를 체납 중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경매 절차에서 국가의 조세채권이 보증금보다 우선 배당되므로, 세입자는 일부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1. 상속세·증여세는 등기부에서 감지 가능
당해세 중 상속세와 증여세는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보면 감지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의 ‘갑구’에는 부동산의 소유권 변동 내역이 기재되며, ‘등기원인’란에서 소유권이 어떻게 이전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매매’로 표시되지만, ‘상속’ 또는 ‘증여’로 표시되어 있다면 그 부동산에 상속세나 증여세 체납 위험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세입자는 반드시 집주인에게 상속세·증여세 납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등기원인란에 ‘상속’이나 ‘증여’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면 일반적으로 당해세 우선권 위험은 없습니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상속: 대법원 2003.1.10. 선고 2001다44376 판결
증여: 대법원 2002.6.14. 선고 2000다49534 판결
이들 판례는 “등기부상 소유권이 ‘상속’이나 ‘증여’로 이전된 사실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해당 부동산의 상속세·증여세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런 경우에는 당해세로서의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등기부에 ‘상속’ 또는 ‘증여’가 기재된 경우에만 세금이 선순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등기부등본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세입자는 당해세 리스크를 상당 부분 감지할 수 있습니다.
2. 종부세·재산세 등은 예측 가능한 범위
반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은 등기부상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 세금은 부동산 보유에 따라 매년 과세되는 세금이므로, 부동산의 규모와 시세를 고려하면 세액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종합토지세(현 종부세)는 본질적으로 재산세의 일종으로, 담보물권을 취득하는 사람이라면 세금의 발생 가능성과 세액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1.2.23. 선고 2000다58088 판결). 즉, 세입자나 매수인 입장에서도 해당 부동산의 세금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법적 위험은 ‘모르면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부등본에 드러나지 않는 선순위 권리, 특히 세금 체납으로 인한 조세채권은 세입자에게 예기치 않은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① 등기부등본의 등기원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② 필요 시 상속세·증여세 납부 여부를 확인하며,
③ 종부세·재산세 규모도 예측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률 전문가의 조언과 함께라면, 이런 숨은 리스크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삼보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김태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