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정부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도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갑자기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라며 “지금은 속도를 조절하며 상황이 밝아질 때까지 기다릴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요인이 환율 변동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환율 안정은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이에 대한 주요국 대응이 정해져야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금통위는 경기 전망에 대해 “내수 부진이 일부 완화되겠지만, 수출은 통상여건 불확실성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올해 성장률은 2월 전망치(1.5%)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협상 결과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기·규모 등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물가에 대해서는 “환율 상승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국제유가 하락과 낮은 수요 압력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의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성장 하방 위험 완화를 위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물가·환율·가계부채 등 주요 지표 변화를 면밀히 살피면서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낮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5월에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