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세입자들에게는 언제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라면 세입자의 보증금은 근저당권보다 후순위로 밀려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세입자가 근저당권보다 우선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주택에 기존 세입자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모두 갖추고 전세로 살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후 집주인이 해당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이때 기존 세입자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확보했으므로, 그보다 늦게 설정된 근저당권보다 앞선 순위를 가집니다.
그 후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어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모집하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이때 새 세입자는 근저당권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통상적으로는 “근저당권이 기존 전세보다 후순위지만, 내 전세보다는 우선 순위이므로 내가 아무리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춰도 근저당권보다 앞설 수 없다”고 생각해 전세 계약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나 ‘임차권 양수도’ 방식을 활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즉, 새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승계하는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기존 세입자가 가지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2010년 6월 10일 선고, 2009다101275)는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임차권을 양도한 경우, 그 대항력은 소멸되지 않고 동일성을 유지한 채 존속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임차권 양도로 인해 임차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양수인은 원래 임차인이 보유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새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의 권리를 이어받으려면 임차권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하고, 반드시 집주인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계약 상대방은 집주인이 아니라 기존 세입자이며, 통상적인 임대차계약서가 아니라 ‘임차권양수도 계약서’ 형식으로 체결됩니다.
단, 기존 보증금 금액까지만 순위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이 2억 원이었는데 새 세입자가 2억 5000만 원으로 계약한다면, 추가된 5000만 원은 근저당권보다 후순위가 됩니다.
이 거래 형태는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존 중개 현장에서 주로 매매계약서와 임대차계약서만 사용하다 보니, 임차권양수도 계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입자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므로, 위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세입자라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한 방법입니다.
삼보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김태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