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에서 종종 혼동되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위약금’과 ‘해약금’입니다.
두 용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과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위약금은 계약 위반의 책임, 해약금은 계약 해제의 대가
위약금은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전적 배상입니다. 즉,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일종입니다. 민법 제398조는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때 정한 금액이 바로 ‘위약금’입니다.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손해액이 얼마인지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으면, 손해 입증 절차 없이 계약을 위반한 자에게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매도자 또는 매수자가 계약을 불이행할 경우,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본다.” 라는 문구가 있다면, 이는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한 경우입니다. 이때 ‘위약금 = 계약금’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 해약금은 계약을 백지화할 수 있는 대가입니다. 즉,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이 해약금입니다.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은 당사자 간 다른 약정이 없으면 해약금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
“중도금 지급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함으로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라고 명시돼 있다면, 이는 해약금 조항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계약의 해제는 ‘위반’이 아니라, 법이 허용한 선택권의 행사이므로 위약이 아닙니다.
2. 계약금의 법적 성격, ‘명시’가 분쟁을 막는다
계약서 작성 시 중요한 점은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할지, 해약금으로 할지 명확히 정하는 것입니다.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하면,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했을 때 손해발생 여부나 금액을 따지지 않고 손쉽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명시하지 않으면 법은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간주합니다.
즉,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기 때문에,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위약금’ 명시가 없다면, 매도인은 계약 위반 시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줄 의무가 없고, 매수인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다음과 같은 정리가 가능합니다.
“계약금 = 위약금”은 그렇게 합의했을 때만 성립합니다.
“계약금 = 해약금”은 별도로 배제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깨집니다.
부동산 계약의 분쟁 상당수는 이 두 개념을 혼동하거나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점에서 위약금 조항을 분명히 기재하는 것이, 향후 분쟁 예방의 첫걸음입니다.
삼보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김태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