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가 광고 ‘첫 5초’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루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광고를 건너뛰기 전에 시작과 동시에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게 핵심입니다. 이는 숏폼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으로 영상 시청 시 배속이나 건너뛰기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Z세대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식음료 기업들이 광고의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5초’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습니다.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오프닝 연출, 만화식 전개, 과거 인기 영상을 복원한 리마스터링 콘텐츠 등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5초 승부’ 광고가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고 있습니다.
팔도는 컵라면 왕뚜껑 출시 35주년을 맞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함께한 신규 TV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새 광고 콘셉트는 ‘클래스가 다른 용기’로 ‘페이커가 가진 용기(勇氣)’와 ‘왕뚜껑의 큰 용기(容器)’를 중의적으로 담은 게 특징입니다.
영상은 이상혁의 "나에게 큰 용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페이커는 없었을 것이다"라는 나래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이어 왕뚜껑을 맛보는 장면과 함께 "클래스가 다른 왕뚜껑"이라는 멘트로 광고는 마무리됩니다.

코카콜라 음료 브랜드 환타 광고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의외의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스마트폰 편’은 ‘마침내 국내 상륙’이라는 자막과 함께 스마트폰이 지구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6초 뒤 스마트폰이 뒤집히면 ‘환타 멜론’이 등장합니다. 지구에 착륙한 환타 멜론의 모습으로 광고가 종료됩니다.
‘게임 중계 편’은 유명 게임 캐스터가 승패를 가르는 접전의 상황을 일컫는 게임용어 ‘한타’를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해 게임 중계 숏폼으로 보이게끔 했습니다. 5초가 지나고 다른 캐스터가 환타 멜론 캔을 열어 건네는 장면으로 환타 광고임을 드러냅니다. 게임 중계 편은 유튜브 조회수 609만회를 돌파했습니다.
프링글스는 신제품 ‘스윗 어니언’ 출시에 발맞춰 양파 본연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스윗 어니언’의 양파 맛을 표현한 광고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광고는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해 생양파를 땅에 심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이후 자라난 줄기를 뽑으니, 양파가 아닌 프링글스 ‘스윗 어니언’ 제품이 나오는 모습을 담아 제품이 양파의 생생한 맛을 구현했다는 점을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공개된 광고는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빙그레는 자사 제품 ‘바나나맛우유’를 의인화한 ‘빙그레우스’와 같이 ‘B급 감성’ 세계관 마케팅을 펼쳐왔습니다. 광고는 서사가 살아있는 만화 같은 영상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온라인 광고는 스스로를 ‘바다 건너에 군림하는 초코의 왕, ‘왕쉬르 쵸크 5세’라 칭하는 ‘왕실초코’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왕좌에 앉은 ‘왕쉬르 쵸크 5세’는 빨대 신하들의 연호에 맞춰 자신이 밍밍한 다른 초코 제품과 달리 묵직한 바디감을 갖춘 제품임을 강조합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감각적인 영상미에 유쾌한 스토리라인으로 제품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국맥도날드는 '고구마 후라이' 재출시와 함께 광고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메뉴판에서 등장한 고구마 캐릭터들이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들은 갓 튀겨진 고구마 후라이의 냄새를 맡고 기뻐하거나 고구마 후라이를 껴안고 누우며 후라이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고구마’와 라임을 맞춘 ‘바삭 달콤하구마!’라는 문구로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농심은 80년대 광고 리마스터링 기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1983년 방영된 감자칩 스낵 ‘크레오파트라’ 광고를 복원 및 개선해 공개한 겁니다. 광고는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가 하프를 연주하며 ‘크레오파트라’를 익살스럽게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눈길을 끕니다.
리마스터링된 광고인만큼 다른 광고 영상과는 차별화된 고전적인 매력을 선사하며 MZ세대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농심은 이번 광고를 통해 코미디언 이주일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해 크레오파트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크레오파트라는 과거의 향수를 담았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즐기고 소통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라며 "앞으로도 농심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소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