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금융계열의 중심축인 한화생명은 차기 대표이사로 여승주 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재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은 그룹 금융부문에서 축적된 경험과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토대로 향후 전략 추진의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 부회장은 지난 2019년 3월 한화생명 각자대표로 선임된 뒤, 같은 해 12월 단독대표 자리에 오르며 경영 전권을 맡았습니다. 2023년 9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번에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전문경영인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습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일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화금융센터63 본관에서 제7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주총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에 앞서 한화생명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여 부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지명하면서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한화생명 사업총괄 등 다양한 핵심 보직을 수행하며 전방위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라며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보험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리더십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습니다.
추천 사유와 관련해 위원회는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상품 출시와 고객 맞춤 전략 도입으로 보험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리더십 아래 한화생명은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별도기준 72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16.9% 성장했으며, 연결기준으로는 866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4.8%의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실적의 기반에는 자회사 간의 유기적 협력과 성과창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특히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 등이 공동으로 견인한 성과는 그룹 전체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들 자회사 간 시너지가 전반적인 수익구조를 안정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그중에서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4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수익 2조1096억원, 영업이익 1554억원, 당기순이익 1519억원을 기록하며 GA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습니다.
이는 업계 내 경쟁우위를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결과입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출범은 2021년 시행된 제판분리 정책에 따른 전략적 결단이었습니다.
여 부회장은 당시 생명보험사 최초로 제조와 판매조직을 분리해 판매전문회사를 세우는 결정을 주도하며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와 함께 한화생명은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0)인 김동원 사장이 있습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전략 실행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2023년 5월 인도네시아의 대표 재벌기업 리포그룹 산하 노부은행(Nobu Bank)의 지분을 확보하며, 한화생명의 해외 은행업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이는 생명보험사의 해외 금융영역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주목받았습니다.

노부은행은 1990년 설립돼 2023년 말 기준 총자산 2조3000억원을 기록한 인도네시아의 30위권 중형은행으로, 현지에 115개의 지점과 1247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 기반 금융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생명은 이에 앞서 2023년 3월에도 리포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리포손해보험의 지분 62.6%를 인수하며, 현지 보험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잇단 M&A 전략은 동남아 금융시장에 대한 공세적 접근을 의미합니다. 김동원 사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비롯한 국제무대에 꾸준히 참석하며 리포그룹 존 리아디 대표와 신뢰관계를 구축했고, 이러한 네트워크가 투자로 이어지며 양사 간 전략적 제휴가 본격화됐습니다.

지난해 김승연 회장은 여의도 63빌딩 본사를 직접 방문해 노부은행 지분 투자 성과에 대해 “현지 은행업 진출은 한계를 뛰어넘는 ‘그레이트 챌린저’의 실천 사례”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레이트 챌린저’는 김 회장이 2024년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경영 철학으로, 기존의 틀을 깨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이와 함께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증권사 벨로시티 클리어링(Velocity Clearing, LLC)을 인수하며 글로벌 금융시장 내 입지를 넓히는 데 박차를 가했습니다.
2003년 설립된 벨로시티는 IT 기반의 증권 결제 및 청산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며,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역량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한화생명은 이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직접 금융상품을 기획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외에도 2023년 12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한화AI센터(HAC)를 설립하며 금융과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을 본격화했습니다. 김 사장은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AI 스타트업 SBVA 및 투자사 셀라돈파트너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AI 생태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